근래에 정동영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하고, 고 김근태 고문의 장례식장에도 나타나
빨갱이를 외치며 소동을 일으킨 박명옥씨의 한겨레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평화통일을 하려면 빨갱이들 모조리 죽여버려야 해. 토막쳐서 북한으로 보내버려야 해."
1949년 출생인 박명옥씨는 직접적으로 6.25 한국전쟁을 겪은 사람은 아니지만,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피난을 했으며, 북한군의 포로로 붙잡힌 부친은 결국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자면, 그녀는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김일성에 대한 분노를 품고 살아왔으며,
이 분노가 빨갱이라는 단어를 매개로 주변으로 확장되어 세상을 극단적인 2분법으로 대하는 현재의
박명옥씨가 되었다... 뭐 이런 식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정신이상자나, 어쭙지않은 보수단체의 아르바이트려니 생각했는데,
인터뷰 내용만으로 판단하건대, 그녀는 과거 정권의 극단적인 반공 교육의 희생자일 뿐이다.
북한도 그들 정권의 존립과 안정을 위하여 남한에 대한 그릇되고 가공된 이미지를 북한 국민들에게
교육하겠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그같은 행태를 부정할 수는 없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국민학교 도덕 교과서에 묘사된 북한 주민, 북한 정권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히 유치하고 편향된, 단지 반공이라는 이미지를 대상에게 주입시키기 위한
세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느낀다. 왜 좀더 포괄적이고 인도적인 내용으로 북한을 소개하지
않은 것인가.... 나뭇잎 하나로 숲전체를 정의해야 할 정도로 뭐가 그리 급했던 것이었나...
불안정한 내부의 위기는 대외적인 갈등의 유발로 지금까지 국민을 속여왔다.
박명옥씨 정도는 아니더라도, 빨갱이라는 단어는 며칠전 본가에서도 들을 수 있는,
아주 흔하디 흔한 일상의 단어가 되어버렸더라. 도대체 빨갱이가 뭔데?? 집권층의 편리한 와일드카드냐??
정치적 사상의 갈등이 존재해야 하는 필요성은 사실 집권층이 더 원하는 것이다.
우리편 아니면 빨갱이... 이거 반대하면 빨갱이, 저거 찬성하면 빨갱이...
우물에 독치는 오류라고, 학교에서도 배우는 우상이다. 논리적 오류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도 정치권에서는 계속 존재해야하는 통치 논리다.
개개인에 대한 정보의 통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집권층이 원하는
형태의 획일적인 사고를 가지는 국민을 만들기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현재라는 시점은 정보 교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계속 민주주의를 유지한다면
그 궁극인 직접 민주주의의 탄생까지도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는 과도기가 아닐까 싶다.
이런 과도기에 박명옥씨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며, 인식의 변화에 차이가 있는 세대간
갈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어울리는 밤이 아닌가 싶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죄는, 그들 자신의 잘못만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가장 악날하고 치졸한 정치는 국민을 획일적으로 세뇌하고자 하는 그것이다.
똑바로 하자.